World War Z_탄산음료의 신비
- room9stone
- 2014년 5월 1일
- 2분 분량

사진 출처 : 공식 사이트 http://www.worldwarz.co.kr/
월드워 Z는 볼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던 영화다. 주변의 극찬에도 관람을 망설였던 이유는 바로 좀비 때문이었다. 화제의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도 보지 않을 정도로 좀비물을 싫어한다. 좀비의 생김새가 무섭고 특유의 걸음걸이, 몸짓도 소름 돋는다. 또 좀비물 특유의 긴장감과 가슴이 조여드는 압박을 견디기 힘들다.
예매를 하고 좌석에 앉을 때까지 스스로도 믿기지 않았다. 좀비 영화를 본다고? 그것도 혼자? 하지만 놀랍게도 상영 시간 내내 영화에 깊이 빠져들었다. 영화는 정말 재밌었다. 아니, 재밌는 것 이상이었다. 물론 좀비가 튀어나올 때마다 3D 안경을 집어던지고 싶었다.
이렇게 심장에 밀당을 해가면서 영화를 보다가 끝나갈 즈음 숨통이 트였다. 바로 자판기에서 탄산음료를 빼먹는 장면이었다. 탄산음료 캔을 따는 순간 칙-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 속에 평화가 찾아왔다. 영화 장면 중에서 가장 평범하고 긴장감 없었는데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다. 리뷰를 쓰는 지금도 탄산음료부터 모든 장면이 시작된다.
월드워 Z는 재난 좀비물이다. 세계에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좀비 때문에 사람들은 살아갈 곳을 잃는다. 마치 홍수나 쓰나미처럼 피해가 없는 곳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염자가 증가한다. 인간들이 살던 땅은 좀비의 땅이 되고 내가 사랑하던 부인, 형제, 연인, 친구 모두 좀비가 된다. 사람들은 배를 타고 좀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난다. 슬프게도 배에는 정원이 있다. 곧 인간보다 좀비의 수가 많아진다. 이건 자연재해보다 위험하다. 좀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의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홍수, 쓰나미 등 자연재해는 시간이 지나면 소강상태에 접어든다. 또 자연재해는 일련의 대처 방법이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매뉴얼이 있다. 결국 사람들은 피해를 수습하고 다시 살아갈 희망을 얻는다. 그러나 좀비 바이러스는 백신도 없고 감염 속도도 미친 듯이 빠르다. 누가 좀비 바이러스를 예상할 수 있을까? 좀비는 TV 시리즈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그래서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브래드 피트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좀비 바이러스 프로젝트에 끌려 들어갔다. 이제 더는 위험한 일을 맡지 않겠다 다짐했건만 결국엔 작은 무전기를 아내와 나눠 가지고 무사히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한다. 줄거리만 보면 심각하고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영화는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사건이 터지기 때문이다. 무전기가 미친 듯이 울린 것도 그랬고 바이러스 연구 학자가 발을 헛디뎌 죽어버렸을 때도 그랬다. 또 캔을 잘못 밟아서 좀비에게 쫓길 위기가 왔을 때도 아차 하는 사이에 간이 쪼그라들었다.
이것 외에도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불안했던 것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가족을 두고 브래드 피트가 '어떻게' 될까 봐였고 두 번째는 비행기 안에서 만난 여군이 좀비로 변할까 봐였다. 마음속으로 수십 번씩 '그쪽으로 가지 마! 그 여자한테서 떨어져!'하고 외쳤다. 물론 좀비가 버벅댈 때는 긴장되면서도 웃고 말았다.
영화관에서 한 번 더 3D로 보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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